내가 괜찮기엔 세상은 너무 아프다.
나는 괜찮지가 않다.
사랑도 일도 돈도 가족도 친구도
내가 가진 나만 아는 안 좋은 버릇도
자꾸만 슬퍼지려는 내 약한 멘털도
내가 가진 역할들에 대한 무의식적인 압박감도
책임과 그 뒤에 이어진 부담감,
시간이 지나도 문득 떠오르는 지난 실수도
이미 끝나버린 인연에 대한 아쉬움도
지나버린 일에 대한 미련과 후회도
잠 못 드는 밤 순서도 없이 떠오르는 온갖 생각들도.
나를 괜찮지 않게 하는 이유는 이미 너무 충분하고
내가 나를 안녕하게 만들기엔 내 마음의 힘이 부족하다.
잘 웃고 잘 먹고 잘 어울리며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 위로하며 "괜찮아, 다 괜찮아" 다독 거리며 지내온 날들.
스스로 끌어안으며 어깨를 토닥이고 가슴을 쓸어내린 지내온 날들.
내가 괜찮다고 생각하면 괜찮은 줄 알았다.
날 즐겁게 할 거리나, 소중한 친구와의 시간, 시끌벅적한 술자리
나의 소소한 취미거리, 맛있는 음식, 좋아하는 노래
그런 것들로 나의 지쳐있는 마음을 달래며 나는 정말 괜찮은줄 알았다.
아니더라.
그저 마음 한편에 고이 묻어두고 외면하던 것임을.
어떠한 상황에 지쳐, 사람에 다쳐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작아지는 날이 오면
그 외면하던 나의 부정적 감정은
어느 순간 커다랗게 불어나 나의 긍정적이던 에너지까지
뭉게 버리고 적셔버리고 덮어버리더라.
그 생각과 감정들은 스스로 나를 그렇게 아프고 아픈 늪에 빠뜨려
또다시 괜찮다고 스스로 끊임없이 다독이며
그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순간이 오기까지
나를 옭아 메더라.
다시 괜찮아지게 될 거란 걸 알면서도
여전히 아프고 힘든 감정과 생각이 꼬리를 물면
끝이 없이 암흑 속으로 빠져버리게 되더라.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괜찮지 않기로 하자.
나는 괜찮지가 않다.
사랑에 다치고 , 사람 관계도 어렵고
돈에 허덕이며, 자녀문제는 언제나 막막하다.
내가 나인지 엄마인지 딸인지 친구인지
남들 다 하고 살아가는 역할마저도 왜 이리 버거운 것인지.
매일 하는 설거지가 귀찮고
오늘 저녁 무얼 먹지? 하는 생각도 지겹다.
난 지쳤다.
그래그래.
다 인정하자.
나는 괜찮지 않으니까.
시려오는 마음도 저려오는 가슴도
촉촉해진 눈가도 떨리는 입술도
다 괜찮지 않으니까다.
내 안에 있는 작고 약해진 나를 그저 가만히 바라보자.
'왜일까.'
'내 마음속에 주저앉은 저 아이는 왜 저리 아파할까.'
그저 바라보고 들여다보고 들어주고 인정하자.
왜 인지 알게 됐을 즈음
괜찮지 않아도 된다고 다 안다고.
힘들만했다고. 지칠 때 됐다고.
인정해 주자.
소리 내어 울고, 혹은 베개를 내리치고
입 밖으로 내 감정을 뱉어 버리자.
"나 너무 힘들어"
"나 너무 가슴이 찢어져"
"네가 너무 보고 싶어"
"이젠 모든 게 다 지쳐"
"네가 죽을 만큼 너무 미워"
무슨 말이라도 무슨 감정이라도 그렇게 뱉아서 비워주자.
나는 또 살아낼 거니까.
오늘은 이렇게 작아져 있지만
내 감정을 알고 비우고 뱉어내서 버리고
내일, 혹은 또 며칠.
아님 또 몇 개월 뒤.
나는 또다시 날 즐겁게 할 거리나
소중한 친구와의 시간, 시끌벅적한 술자리
나의 소소한 취미거리, 맛있는 음식, 좋아하는 노래들
그 속에 섞이고 다시금 살아 내고 있을 거니까.
잠시 무너져도 된다.
스스로 허락해주자.
'너 좀 드러누워 힘 빼고 있으라고.'
괜찮지 않은 나를 다독이는 건
다 울고 하자.
항상 괜찮을 필요는 없으니까.
엉엉 울다 작아진 오늘의 나의 기록
아픈 날 다시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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